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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시라이프

하이닥은 한국망막변성협회 회장 유형곤 원장과 함께 망막변성으로 인한 실명 예방 문제뿐 아니라, 백세시대 건강하게 눈 건강을 지키는 방법에 대해 매주 소개합니다.

안과 전문의 유형곤 원장ㅣ출처: 하이닥안과 전문의 유형곤 원장ㅣ출처: 하이닥

12신 중에 아폴론은 전쟁과 의술을 담당하였습니다. 그리스인들은 왕이 아프거나 전쟁을 앞두면 아폴론 신전에 찾아가서 신탁을 받았습니다. 전쟁과 의술 모두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에 아폴론은 예언의 신이기도 했습니다.

카산드라 증후군은 아폴론 신과 트로이의 공주, 카산드라에 얽힌 이야기에서 나왔습니다. 빼어난 미모로 유명했던 카산드라는 예언 능력을 주면 대신 사랑을 주겠다고 아폴론을 유혹했어요. 그러나 그녀는 예언 능력만 받고 정작 사랑을 주길 거부했어요. 화가 난 아폴론은 카산드라의 예언 능력에서 설득력을 없애버렸어요. 그 결과 그녀는 예언은 할 수 있었지만 누구도 그녀의 예언을 믿지 않게 되었습니다.

트로이가 그리스가 놓고 간 목마로 인해서 망한 이유가 카산드라의 반쪽짜리 예언 능력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리스 군대가 트로이 성 밖에 목마를 두고 철수하였을 때, 카산드라는 목마를 성에 들이면 트로이가 망한다는 것을 예언하였습니다. 목마 안에 숨어있던 그리스 군에 의해서 트로이가 망하는 미래의 모습을 본 것이지요. 그러나 트로이 사람들은 목마를 성안으로 가져와 전쟁에서 패배하고 말았습니다. 아무도 그녀의 말을 믿지 않았던 것입니다. 누구도 믿지 않는 예언 능력은 축복이 아니라 저주가 되어 카산드라는 계속 절망 속에 살았습니다. 이처럼 배우자나 가까운 사람이 자신의 말에 공감하지 않아서 발생하는 스트레스를 '카산드라 증후군'이라고 합니다.

의사로서 환자로서 치료 예후를 설명할 때 카산드라의 스트레스를 받을 때가 종종 있습니다. 수술이나 약물치료의 예측되는 결과에 대해서 여러 번 이야기해도 잘못 오해하는 분들이 간혹 계신데요. 치료 결과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능력 못지않게 그러한 예측 결과를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잘 설득하는 능력 또한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설득력이 없는 예언은 도움이 안 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위협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카산드라 신화는 말하고 있습니다. 3000년 전 그리스인들의 삶에 대한 지혜와 통찰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집니다. 지금의 의정 사태를 바라보면서 의료계가 카산드라의 저주에 걸린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을 하게 됩니다. 부디 잘 해결되기를 바랍니다.  


글 = 유형곤 원장(한국망막변성협회 회장/하늘안과 망막센터장)

[한국망막변성협회 '유형곤의 시투게더(Seetogether, Sitogether)'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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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영 하이닥 건강의학기자 |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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